오늘 본문은 유월절을 엿새 앞두고 베다니에서 있었던 저녁 만찬 자리를 배경으로 합니다.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 이후 예수님을 향한 산헤드린의 살해 모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예수님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베다니로 올라오셨습니다. 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마리아가 매우 비싼 나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닦는 파격적인 사건이 벌어졌고, 이 사건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의도와 동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오늘 말씀은 마리아, 가룟 유다, 대제사장들이라는 세 부류의 반응을 통해 참된 제자가 누구이며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세 부류 모두 동일한 표적, 동일한 증거 앞에 서 있었지만 그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으며, 그 차이는 각자의 마음 중심에 누가 자리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에게 "나는 이 중 누구의 모습에 더 가까운가"를 질문하게 됩니다.
첫째, 우리는 계산하지 않고 예수님께 온전히 헌신해야 합니다.
마리아는 오늘날로 환산하면 약 4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순전한 나드 향유 한 근을 아낌없이 전부 예수님의 발에 쏟아부었습니다. 더 나아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는, 당시 가장 천한 종도 강요받지 않던 일을 행함으로 사회적 체면과 관습, 경제적 손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행동이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이유는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교만, 곧 하나님보다 나 자신을 우선시하는 근원적인 죄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이 전부였고 예수님만으로 충분했기에 그 무엇도 예수님보다 가치 있지 않았으며, 자신이 받은 은혜의 크기를 알았기에 계산 없는 헌신으로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이는 오늘 우리가 예배와 섬김과 헌신의 자리에 어떤 계산도 없이 나아가고 있는지를 깊이 점검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둘째, 우리는 경건의 말 속에 숨은 동기를 분별해야 합니다.
가룟 유다는 마리아의 행동을 완전한 낭비로 여기며 향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했고, 그의 말은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심지어 경건하게까지 들렸습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곧바로 가룟 유다가 가난한 자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돈궤를 맡아 훔치던 도둑이었음을 밝히며 그의 가면을 벗겨냅니다. 이는 개인적인 탐욕을 이타주의로 위장한 삯꾼 목자의 모습으로, 겉으로 선하고 경건해 보이는 말이라도 그 속에 담긴 동기가 자신의 이익이라면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예수님은 마리아의 헌신이 자신의 장례를 위해 향유를 간직해 온 행위였다고 말씀하시며, 계산 없는 온전한 헌신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더 깊은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결국 우리의 신앙생활이 습관이나 두려움, 혹은 하나님과의 거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동기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진리를 거부하여 악의로 치닫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나사로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명백한 표적으로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게 되었지만, 대제사장들은 이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모의했습니다. 이는 인간이 진리를 외면할 때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그들의 불신은 회개로 나아가지 않고 마음의 완악함을 거쳐 결국 진리 자체를 향한 살의로 이어졌습니다. 대제사장들의 마음 중심에는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 종교적 기득권이 하나님보다 더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교만이라는 우상을 섬기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마리아, 가룟 유다, 대제사장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마음의 중심에 하나님이 계신가 아닌가의 문제로 귀결되며, 진리를 마주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면이나 타협이 아니라 회개와 순종입니다. 아낌없이 부어진 나드 향유의 향기가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던 것처럼, 계산 없는 온전한 헌신의 삶이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그리스도의 향기로 채우기를 소망합니다.
최근에 “이건 돈이나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면서 기꺼이 사용했던 것이 있나요? 무엇이었고, 왜 그것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함께 나누어 봅시다.
예수님께 온전히 드리는 삶 — 마리아의 헌신 (요한복음 12:1–3)
경건한 말보다 중요한 것 — 가룟 유다의 숨은 동기 (요한복음 12:4–8)